2011년 12월 26일 월요일

고생물학의 진화, 공룡을 만드는 사람들

 111226 김학진

1993년 개봉한 영화 '쥬라기 공원(Jurassic Park)' 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다. 어렸을 적, 공룡에 관심이 있던 많은 사람들에게 쥬라기 공원은 그 자체로 환타지였다. 이 쥬라기 공원의 극중 주인공인 알렌 그랜트 박사는 어떤 실존 고생물학자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였는데 그 모티브가 된 실제 주인공은 현재 놀랍게도 진짜 '쥬라기 공원'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쥬라기 공원의 주인공이 될 꿈을 갖고 있는 피터팬같은 이 연구자를 만나보자.





  자신의 공룡 애완동물을 갖고 싶다는 어렸을 적 꿈을 그대로 간직하고 평생 연구를 해온 고생물학자이자 현 몬타나 주립 대학 잭 호너(Jack R. Horner) 교수가 바로 쥬라기 공원의 알렌 그랜트 역의 모티브가 된 사람이다. 수 많은 공룡들이 다양하고 어려운 이름을 갖고 있지만 티라노사우르스 (Tyrannosaurus)만큼은 누구에게나 익숙할 것이다. 티라노사우르스를 이렇게 널리 알린 장본인이 바로 잭 호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는 티라노사우르스를 깊이있게 연구한 학자이다. 그는 티라노사우르스가 유라시아 대륙과 북아메리카 대륙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에 살았고, 150만년동안 생존했다는 것을 밝혀내어 티라노사우르스로 하여금 다른 공룡들과의 생존 시대적 및 활동영역을 비교할때의 기준으로 쓰일 수 있게 한 장본인이다.




 그런 그는 그의 박사과정 지도학생이었던 메리 슈바이쳐(Mary R. Schweitzer)박사와 함께 연구한 논문 두 편을 2005년 3월과 6월Science 지에 발표했다. 이들은 B.Rex라고 이름붙인 어느 티라노사우르스의 화석을 연구하면서 화석 골격 안에서 6500만년전 공룡의 적혈구 세포 구조물들과 콜라겐 등을 발견하였고, 골격 단면의 분석으로 이 B.Rex가 정온동물로서의 특징을 갖고 있고, 임신한 채 죽은 타조의 시체 골격과비교함으로 B.Rex는 16살에 임신한 상태로 죽은 암놈이었다는 것을 발견해냈다.


  이들은 이 연구들을 통해 두 가지 획기적인 사실을 밝혀내었다. 첫 번째는 공룡이 변온동물이 아니라 자신의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정온동물이었다는 것과 두 번째는 공룡은 파충류가 아니었고 공룡의 직계후손이 현대의 조류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계통학적으로 현재의 조류는 후기 쥬라기에서부터 유래하는 공룡의 후손으로 분류되고 있다. (http://en.wikipedia.org/wiki/Bird)



 잭 호너 교수는 공룡의 후손이 현대의 조류라는 것을 깊게 생각하고,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었던 자신의 꿈인 애완용 공룡을 위해 한 걸음 나아갈 길을 생각해냈다.




 그것은 바로 '격세유전 (Atavism)'이었다. 이는 다른 말로 환원유전이라고도 한다. 이는 어떤 개체가 진화개통학적으로 선조의 모습을 갖고 태어나는 것을 말한다. 왼쪽 사진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먼저 위에 있는 사진은 다리를 달고 태어난 뱀이다. 보통의 뱀들은 다리 없이 태어나지만 이 뱀은 짧지만 다리가 달려 있다. 두번째 사진은 꼬리를 달고 태어난 어린 아이다. 보통의 사람들에게도 꼬리뼈는 존재하지만 배아 발생과정 중에 꼬리뼈가 자라지 않게 하는 특정 유전자의 명령을 받아 꼬리가 없는 상태로 태어난다. 하지만 이 유전자의 활성이 없거나 적은 영향을 받은 개체는 이처럼 과거 선조의 모습으로 태어나게 된다.



 잭 호너 교수는 이 점을 응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배아의 발생과정 중 과거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못하게 하는 특정 유전자들을 불활성화 시켜 과거의 모습을 갖고 태어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상은 공룡의 직계 후손이자 우리가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닭'으로 정했다. 즉 격세유전을 통해 닭을 공룡으로 역진화화 시킨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위스콘신 대학교의 매튜 해리스 (Matthew Harris)는 닭의 이빨을 자라지 못하게 하는 특정 유전자를 불활성화 시킴으로 닭을 인위적으로 격세유전시켜 이빨이 있는 닭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잭 호너 교수는 같은 방식으로 현재 닭날개라 불리는 닭의 앞다리를 진화적으로 선조의 모습처럼 무언가를 움켜 잡을 수 있는 팔로 나타나도록 하고, 발생과정에서의 특정 영향으로 인해 퇴화된 꼬리를 선조의 본 모습으로 자라나게 하고자 현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6월에 있었던 어느 강연에서 이 같은 내용의 프레젠테이션을 아래의 사진으로 마무리했다. 왼쪽은 보통의 닭의 골격. 그리고 오른쪽은 격세유전 형태로 발생시켰을 때의 닭사우르스 (Chickenosaurus) 예상 골격도이다.

                                            Chicken                 Chickenosaurus





 인간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고, 지식의 한계를 극복해내는 과학자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존경스러움이다. 그들이 있기에 현재 우리는 우리의 선조들보다 더욱 건강하게 살 수 있고, 우리의 후손들 또한 그러한 혜택을 누릴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만나본 대부분의 과학하는 사람들은 어렸을 적의 순수한 호기심이나 처음 과학에 흥미를 가졌던 계기를 어린 시절 철 없던 생각으로 치부해버리고 현실적인 문제와 싸워 나가는데 여념이 없어 보였다. 이름 있는 과학잡지에 자신의 연구를 발표하고 연구비를 더 많이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으로는 무언가 진부하다. 일반 대중들은 그런 딱딱한 과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하나의 '놀이' 로서의 과학과, 다른 가치를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닌 즐거움과 예술적 의미를 위한 목적으로서의 과학이 그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나이로 칠순을 바라보고 있지만, 지금도 어렸을 적의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갈 수 있는 연구환경 속에 있는 이 할아버지 과학자의 강연에서의 마지막 말로 글을 마무리 지을까 한다.


 "이 닭사우르스(Chickenosaurus)는 기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을 위한 것이 될 겁니다"



사진 1. "jurassic park", Google search
사진 2. 잭 호너 교수, http://www.montana.edu/
사진 3. 'Soft-Tissue Vessels and Cellular Preservation in Tyrannosaurus rex', Science 307, 2005
사진 4. 'Gender-Specific Reproductive Tissue in Ratites and Tyrannosaurus rex', Science 308, 2005
사진 5. "atavism", Google search
사진 6. 유전자 조작으로 이빨이 난 닭, http://www.scientificamerican.com/
사진 7. Chicken & Chickenosaurus, http://www.ted.com/tal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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